이해할 수 없는 것들, 식물 잎, 가변설치, 2018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나는 종종 사람들과 말을 할 때 서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의사소통의 오류는 어디서 온 것일까?
단어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른 경우 같은 말을 해도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다. 단어의 정의는 맥락 속에서 계속해서 변화하며 맥락을 읽어야 단어의 뜻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못한다면 단어는 불명확한 글자로 변하게 된다. 불명확한 글자들은 다양한 방식의 작업으로 드러나고 있다. 만지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연약한 식물 잎에는 다양한 단어들이 새겨져 있다. 식물 잎에 새겨진 글자의 모습은 언어가 가지고 있는 맥락이 사라진 상태의 모습과 닮아있다. 분리되어 설치되어 있는 단어들은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시들어가는 식물의 잎에 새겨진 글자들은 그 형체가 변형되어가며 몇몇 잎은 불에 타 재로 남겨져 있다. 검은색 재 역시 본래 이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계속해서 사라지는 문맥 속에서 단어들은 파편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 윤수련
설치전경
식물은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요?, 단채널 영상, 00:03:47, 2018